본문 바로가기
아토피인의 지푸라기

아토피 집사의 고백: 고양이 두 마리와 살며 겪은 알레르기 수난기

by benowtopia 2026. 2. 1.
반응형

저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도 아토피를 앓고 있긴 했어요.
한방 치료만으로 극복해 보려다가 아토피가 온몸으로 심하게 퍼져 대학병원 치료까지도 받았었지요.
그렇게 아토피 악화와 완화를 오가며 생활하던 중,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어요.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 검사에서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음‘으로 나왔기 때문에 안심하고 입양을 결정했죠.
그런데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며 증상이 심해져 다시 검사를 해보니,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고양이 알레르기 매우 높음' 단계가 나왔습니다.
첫째 고양이까지는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었는데, 2년 후 둘째 고양이를 들이고 나니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증상이 폭발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이 매일 쌓이고 쌓여 잠자고 있던 유전적 소인을 폭발시킨 건 아닌가 싶네요.

흔히들 고양이 '털'이 문제라고 생각하시지만,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고양이 알레르겐의 핵심은 털 그 자체가 아니라, 고양이의 침, 소변, 피부 비듬에 포함된 Fel d 1'이라는 단백질이에요.
이 알레르겐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공기 중에 아주 오랫동안 떠다닙니다. 일반적인 먼지보다 훨씬 작아 미세한 틈새는 물론, 우리 호흡기와 피부 깊숙이 침투하죠.
알레르겐은 끈적거리는 성질이 있어 벽지, 커튼, 옷, 그리고 집사의 피부에 착 달라붙습니다. 단순히 환기만 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적립(?)되는 셈입니다.

저의 경우, 이 알레르겐들이 비염과 눈 간지러움을 유발했습니다.
특히 눈 간지러움이 정말 복병인데요. 눈이 너무 가려워 비비다 보면, 손에 묻어있던 알레르겐이 눈 주변의 연약한 피부를 직접 타격하게 됩니다.
결국 자극을 받은 눈가는 아토피 증상까지 같이 불이 붙듯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한 곳이 가려우면 온몸의 알레르기 스위치가 다 켜지는 기분이에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토피가 다 나았을까?"
물론 아토피는 원인이 워낙 복잡해서 고양이가 없었더라도 계속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고양이 알레르겐이 아토피라는 불꽃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죠.
고양이가 없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매우 높음' 단계의 격한 반응과 싸우며 고통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토피가 심해질 때마다 몸은 지치지만, 저를 바라보는 두 마리 고양이의 눈망울을 보면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전략을 짭니다.
침실만은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고 해요.
근데 이건 성공을 잘 못하고 있어요. 첫째 고양이는 집사 껌딱지라… 문을 닫아 놓으면 긁어대고, 높은 방묘문을 설치해도 엄청난 점프력으로 넘어 온답니다. 흑흑 ㅠㅠ

또 다른 전략은 집 청소, 청결에 신경을 쓰는 거예요. HEPA 필터 공기청정기를 풀가동하고, 고양이 털 날리지 않도록 물걸레질도 자주 합니다.
세 번째 전략은, 고양이 몸에서 나오는 비듬과 단백질을 줄이기 위해 특수 사료를 먹이는 거예요. 다행히 집사의 알레르기 완화를 돕는 사료가 있어서…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게요.

그치만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할 텐데요. 약으로 증상을 누르는 것을 넘어, 이제는 내 몸이 알레르겐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게 만드는 면역 치료를 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대형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야하는 게 번거롭지만.. 알레르기가 없으면 삶의 질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 같으니! 26년도 목표 중 하나로 정했습니다.

아토피 집사에게 고양이는 '치명적인 사랑'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한 이 사랑 때문에 몸은 조금 고달프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 중입니다.
저처럼 뒤늦게 나타난 고양이 알레르기와 아토피로 고생하시는 분들,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아토피는 원래 끈질긴 녀석이고, 고양이는 죄가 없으니까요.
대신 우리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며 이겨내 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