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토피는 정말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가려움과 염증이 반복될 때마다 '이 병은 낫지 않는 걸까?' 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수많은 민간요법과 영양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피부 염증이 심할 땐 즉각적인 처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약을 먹고 바르는 것인데, 아토피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약이 쓰여요.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이지요.
항히스타민은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좀 졸릴 수 있다는 것밖엔 없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스테로이드. 아토피 환자라면 대부분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지요.
“피부가 얇아진다”, “끊으면 피부가 뒤집어진다” 같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죠.
저도 그랬습니다. 정보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스테로이드에 대한 무서운 내용이 많았기에 그렇게 부작용이 생길 정도의 용량을 처방받은 게 아닌데도 스테로이드 약을 자체적으로 조금 덜고 먹거나 연고를 바르다 말거나 했죠.
한때는 병원 자체를 피하고, ‘자연치유’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염증이 심해질대로 심해져서 얼굴이 탱탱 붓고 갈라지며 피부 곳곳에서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2차 감염까지 상태가 더 악화된 것 같았어요.
이렇게 염증이 심한 상태를 오랫동안 내버려둬서 30대 초반이었는데 이마에 진한 주름까지 생겼습니다. (정말 후회스러운 부분이에요.)
피부의 염증이 심할 때는 불이 난 것과 같습니다. 그 불을 끄려면 ‘약’이라는 소화기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스테로이드예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의사에게 제대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는 아토피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 피부과는 대부분 미용 시술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토피 같은 만성 질환을 성심껏 진료해주는 곳이 드뭅니다. 진료를 꺼리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더 위축되고, 치료에 대한 믿음도 잃게 되죠.
저도 수많은 병원을 옮겨 다녔습니다. 그렇게 피부과를 찾다 찾다 별 기대 없이 작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간판은 낡았고, 인테리어도 허름했어요. 심지어 컴퓨터를 쓰지 않고 아직도 종이 차트를 써서 보관하는 곳이더라고요!
나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가 피부 질환만 진료를 보셨는데, 늘 대기 환자가 많았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무척 많았어요.
그 의사 선생님 덕분에 스테로이드에 대한 제 편견이 깨졌어요.
“내가 처방하는 스테로이드 용량은 소아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아이들 감기에 쓰는 스테로이드보다 훨씬 적어요. 피부과 약이 유독 독하다고 오해하니까, 치료가 더디죠.”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제 안에 있던 ‘스테로이드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선생님은 가장 약한 단계의 연고를 쓰게 하고, 먹는 스테로이드도 적은 용량으로 처방했습니다. 또 피부 상황에 따라 약을 점점 줄여 나가면서, 피부가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셨죠.
약을 일주일치 처방해 주셨는데, 일주일을 넘어 병원에 오면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고요. 딱 딱 잘 맞춰서 병원에 와야한다고요.
그동안 여러 피부과를 전전하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치료 의지를 북돋아주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잔소리가 친절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저처럼 지푸라기 잡기를 여러가지로 하며 엄청 노력하고 계시는 거 잘 압니다.
뭐라도 해 보려고 하는 그 마음...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하는 것과 동시에 기본으로 필수로!
좋은 의사, 좋은 피부과를 꼭! 꼭! 찾으세요.
그렇다면 믿을 만한 병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이런 곳이 좋았습니다.
- 피부질환 중심 진료를 하는 곳 (대기 환자가 남녀노소로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는 곳 (꾸준히 같은 의사가 봐주는 병원)
- 약의 단계를 세심히, 점진적으로 조절해 주는 곳
- 꾸준한 방문을 독려하는 곳
여러분도 꼭 이런 좋은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